퇴직금과 이직 사이에 놓인 숫자들은 결국 내 평생 노동의 무게를 어떻게 인정받을지에 대한 대답입니다.
당장 이번 퇴사와 연봉협상 앞에서 마음이 복잡하다면, 지금부터는 감정이 아닌 계산과 체크리스트로 스스로를 지켜보자는 약속부터 시작해 봅니다.
퇴직금 계산법, 처음부터 다시 짚어보기 💼
많은 직장인이 “퇴직금은 1년에 한 달 치 월급” 정도로만 막연히 기억합니다. 하지만 실제 계산은 평균임금, 근속연수, 상여금과 각종 수당 포함 여부까지 얽혀 있어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정확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퇴사하면, 몇 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손해를 보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퇴직금은 1년 이상 계속 근로한 근로자에게 평균임금 30일분 이상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평균임금은 퇴직일 직전 3개월 동안 받은 임금 총액을 그 기간의 총 일수로 나눈 금액을 의미합니다. 즉, 월급뿐 아니라 정기상여금, 연장·야간수당, 식대 등 “임금성 수당”이 포함될 수 있어 실제 퇴직금은 단순 월급 기준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5년 1월 31일 퇴사 예정인 A씨가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A씨는 기본급 280만 원, 식대 10만 원, 직책수당 20만 원을 매달 받고, 분기마다 성과급 150만 원을 받습니다. 2024년 11~1월까지 3개월 동안 받은 총액이 280만×3 + (10만+20만)×3 + 성과급 150만 = 1,140만 원이라면, 이 금액을 92일(11월~1월 실제 일수)로 나눠 평균임금을 계산합니다. 그리고 그 평균임금의 30일분이 1년치 퇴직금 단위가 됩니다.
이때 근속연수는 “연 단위로 끊어서” 계산하지만, 1년 미만 단위도 비율로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6년 7개월 재직했다면, 6.58년(7개월/12개월)을 반영해 6.58년 × 30일분 평균임금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중간에 무급휴직 기간이 길었다면 근속연수에서 제외될 수 있고, 휴직 전후 평균임금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어 인사팀에 정확한 근속 연수 산정 기준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퇴직금 계산에는 원칙적으로 평균임금이 사용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통상임금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통상임금은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기본급+고정수당) 기준이고, 평균임금은 최근 3개월 실제 수령액 기준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연장·야간·휴일수당, 변동 성과급 비중이 크다면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커지기 때문에 퇴직금도 그만큼 늘어나는 구조라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퇴직연금(DC, DB, IRP) 제도와의 관계입니다. DB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퇴직금을 적립해 두었다가 법정 퇴직금 수준 이상을 지급해야 하고, DC형은 매년 퇴직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근로자 개인 계좌로 보내는 구조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퇴직금’이지만, 실제 운용 책임이 회사에 있는지, 본인에게 있는지에 따라 연봉협상 전략도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최근 3개월 급여명세서를 모두 꺼내 총합을 더합니다.
2) 달력 기준이 아닌 “실제 일수”를 계산해 총 일수로 나눕니다.
3) 나온 평균임금을 30일분으로 환산한 뒤, 근속연수(소수점 포함)와 곱해 대략적인 퇴직금 규모를 추정합니다.
이 값을 기준으로 회사에서 제시한 예상 퇴직금 내역과 비교하면,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나 누락된 수당이 있는지 스스로 1차 검증이 가능합니다.
퇴직 시점이 6개월 이내로 다가왔다면, 급여명세서·연장근로내역·성과급 기준일 등을 따로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메모 앱에 “퇴직금 관련” 폴더를 만들고 매달 급여명세서를 PDF로 저장하면, 나중에 평균임금 산정 과정에서 무엇이 포함됐는지 차근차근 확인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특히 인사·총무 담당자가 자주 바뀐 회사라면 기록의 힘이 실제 금액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기억해 두세요.
“퇴직금은 회사가 ‘얼마 줄지’ 정하는 돈이 아니라, 법과 계약에 따라 이미 정해진 금액을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감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숫자와 규정을 통해 ‘내 몫’을 다시 확인해 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중간정산 신청 전에 반드시 체크할 것들 🧾
집 장만, 전세 보증금, 의료비, 학자금처럼 큰돈이 필요할 때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것이 퇴직금 중간정산입니다. 하지만 중간정산은 단순히 “미리 떼어 쓰는 제도”가 아니라, 법에서 정한 사유에만 허용되는 예외적인 선택이라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한번 중간정산을 하면 그 기간의 근속연수는 정산이 끝난 것으로 보기 때문에, 향후 이직 계획과 함께 신중하게 비교해야 합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전세금·월세 보증금 부담,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질병·부상, 파산·개인회생 신청 등 제한된 사유에서만 퇴직금 중간정산을 허용합니다. 이때도 단순한 신청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등기부등본, 임대차계약서, 진단서 등 증빙서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서류가 불충분하면 회사도 법적으로 중간정산을 승인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허용 사유 :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전·월세 보증금 지급, 6개월 이상 요양, 파산·개인회생, 천재지변 등 법령에서 정한 경우
- 필수 서류 : 주택 매매계약서, 임대차계약서, 진단서 및 입원 확인서, 법원 결정문 등 사유별 증빙자료
- 근속연수 반영 : 중간정산일까지의 근속연수는 이미 정산된 것으로 보고, 이후 근속기간만 다시 퇴직금 산정에 사용
- 회사 재량 : 법적 요건을 충족해도 회사 규정에 따라 허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을 함께 확인해야 함
예를 들어 2018년 3월 1일 입사해 2023년 3월 1일 전세자금 목적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은 B씨가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이후 2025년 3월 1일에 이직을 위해 퇴사한다면, 최종 퇴직금은 2023년 3월 2일부터 2025년 3월 1일까지의 2년 근속에 대해서만 다시 계산됩니다. 2018~2023년 5년 동안의 근속연수는 이미 정산이 끝난 것으로 보며, 이 기간을 기준으로 추가 퇴직금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필요한 돈”과 “향후 이직 시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을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만약 1~2년 내 이직 계획이 분명하다면, 중간정산으로 당겨 쓰는 금액보다 이직 후 한 번에 받는 퇴직금이 더 클 수 있습니다. 특히 연봉이 꾸준히 상승해 온 3040 직장인이라면, 향후 평균임금 상승분과 근속연수 증가 효과를 고려해 단순한 눈앞의 목돈에만 집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① 전세 보증금이 5천만 원 이상 추가로 필요해 대출로는 감당이 어려운 경우.
② 가족의 장기 입원·요양으로 한 해 의료비가 1천만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③ 파산·개인회생 절차로 기존 재산이 대부분 청산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생활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
이처럼 “한 번에 필요한 큰 금액”이 현재 퇴직금 예상액과 비슷한 수준일 때 중간정산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앞으로 2~3년 내 이직 또는 퇴사 계획이 있는가?
- 현재 직장과 새 직장의 연봉 상승 폭을 비교했을 때, 나중에 받을 퇴직금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
- 대출·정부지원 상품(버팀목 전세대출, 보금자리론 등)으로 대체 가능한지 검토했는가?
- 회사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 명시된 중간정산 제한 규정을 확인했는가?
부동산·전세 관련 자금이라면, 단순히 퇴직금만 당겨 쓰기보다 주택도시기금, 신혼부부·청년 전세자금 등 정책 상품과 조합하는 시나리오를 계산해 보세요.
예를 들어 필요한 금액이 1억 원이고 퇴직금 예상액이 3천만 원이라면, 나머지 7천만 원을 어떤 금리·상환 조건으로 채울지에 따라 5년 뒤 순자산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간단한 엑셀 표나 가계부 앱을 활용해 “중간정산 O/X, 대출 비중”을 바꿔가며 비교해 보면,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생깁니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마지막 카드가 아니라, 다른 선택지가 거의 남지 않았을 때 신중하게 꺼내야 하는 긴급 버튼에 가깝습니다. 한 번 눌렀던 버튼은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이직 시 퇴직금·연봉협상, 함께 설계하는 전략 🔍
이직을 앞둔 많은 사람이 연봉협상과 퇴직금을 별개의 문제로 다루지만, 실제로는 같은 시기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변수입니다. 특히 전 직장에서 받을 퇴직금과 새 회사에서의 연봉 조건을 함께 놓고 보면, 실제 손에 남는 돈과 세금 부담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연봉협상을 할 때는 “현재 연봉 + 퇴직금”이 아닌 세후 기준 연간 실수령액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회사에서의 총 연봉이 5천만 원, 평균임금 기준 퇴직금이 약 1천만 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새 회사에서 연봉 5천5백만 원을 제시했다면, 1~2년 내 다시 이직 가능성이 있는지에 따라 실제 기대 소득이 크게 달라집니다.
2025년 2월에 퇴사·이직을 준비 중인 C씨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C씨는 2019년 2월 입사 후 6년 근속했고, 최근 3개월 평균임금 기준 퇴직금 예상액이 약 1,200만 원입니다. 새 회사에서는 연봉 5,400만 원을 제시했지만, 기존 회사에서 한 차례 연봉 인상 협상 후에는 5,100만 원까지는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때 C씨가 고려해야 할 것은 단순 연봉 차이 300만 원이 아니라, 앞으로 3년간 예상 근속에 따른 퇴직금 누적 차이입니다.
- ① 현재 회사: 연봉 5,100만 원 × 3년 + 퇴직금 예상액(6년→9년 근속 기준) 시뮬레이션
- ② 새 회사: 연봉 5,400만 원 × 3년 + 3년 후 퇴직 또는 이직 시 예상 퇴직금 시뮬레이션
- ③ 두 경우의 세전·세후 총액을 비교해 “지금 이직이 유리한지, 1~2년 뒤 이직이 유리한지” 숫자로 확인
이 과정을 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연봉이 더 높으니 이직한다”는 결정을 내리면, 퇴직금까지 포함한 장기 총보상에서는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하나 자주 놓치는 부분은 퇴직금과 연봉협상에서의 ‘기준 연봉’ 정의입니다. 어떤 회사는 연봉에 고정상여금을 포함해 제시하고, 어떤 회사는 기본급만 연봉으로 말하면서 “성과급은 별도”라고 설명합니다. 이직 제안을 받을 때 “퇴직금은 어떤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나요?”라는 질문을 명확히 던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연봉에는 고정상여금, 각종 수당이 포함되어 있나요? 포함된다면 퇴직금 산정 시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나요?”
- “성과급·인센티브는 매년 어느 정도 비율로 지급되고, 평균 지급 실적은 어느 정도인가요?”
- “퇴직금 제도는 DB형/ DC형/ 기업형IRP 중 어떤 형태이며, 회사 부담금 납입률은 몇 %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메일이나 메신저로 받아 놓으면, 나중에 퇴직금 관련 분쟁이 생겼을 때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직 준비를 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희망 연봉”과 “최소 수용 연봉”만 적어 둡니다. 여기에 한 줄 더 추가해서 “퇴직금 산정 기준, 제도 형태, 회사 납입률”을 함께 적어 두세요.
같은 연봉 5,000만 원이라도 DB형으로 법정 기준 이상을 보장하는 회사와, DC형으로 최소 기준만 적립해 주는 회사의 장기 총보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3040 구간에 접어들면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퇴직금 비중이 눈에 띄게 커지기 때문에, 연봉협상에서 퇴직금 제도는 “옵션”이 아니라 “핵심 조건”에 가깝습니다.
“연봉협상은 올해 연봉을 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5년 뒤의 자산 구조를 설계하는 시간입니다. 퇴직금까지 포함한 총보상을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협상력이 생깁니다.”
퇴직금 세금·4대보험·근로계약서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 ✨
퇴직금 금액만 확인하고 세금과 공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실제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퇴직소득세는 근속연수, 평균임금, 분리과세 규정을 반영해 일반 근로소득과는 다른 방식으로 계산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세율 몇 %”로 환산하기보다는, 과세표준 구간과 공제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퇴직금에 부과되는 세금은 기본적으로 퇴직소득세·지방소득세이며, 4대보험료는 별도로 공제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퇴사하는 달의 건강보험료·국민연금 등은 근로소득 기준으로 이미 납부되어 있기 때문에, 퇴직금 지급 명세서에는 세금 항목만 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떼이지 않았네?” 혹은 “왜 이렇게 적게 들어오지?” 같은 혼란이 생기곤 합니다.
- ① 총 퇴직급여 – 비과세 퇴직급여(중간정산분 등)를 뺀 금액을 기준으로 과세표준을 계산합니다.
- ② 근속연수에 따라 “연평균 퇴직소득”을 구한 뒤, 이에 해당하는 세율을 적용합니다.
- ③ 산출세액에서 근속연수공제·퇴직소득공제 등을 차감한 후, 다시 근속연수를 곱해 최종 퇴직소득세를 계산합니다.
실제 계산식은 복잡하지만, 근속연수가 길수록 공제 혜택이 커지는 구조라는 점, 그리고 일반 근로소득보다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게 설계되어 있다는 정도만 이해해도 체감이 달라집니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근로계약서·취업규칙 속 퇴직 관련 조항입니다. 근속연수 계산에서 수습기간, 휴직기간, 파견·전적 기간을 어떻게 반영하는지에 따라 최종 금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육아휴직, 산전·산후휴가, 병가 등은 근속연수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지만, 무급휴직·장기 개인 휴가 등은 제외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회사 규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수습기간은 근속연수에 포함한다” 혹은 “수습기간은 근속연수에서 제외한다”는 문구가 있는지
- “휴직기간 중 퇴직금 산정 기준”이 명시되어 있는지, 없다면 취업규칙에서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 “성과급·인센티브의 퇴직금 포함 여부”가 어디에, 어떻게 적혀 있는지
이 조항들을 미리 체크해 두면, 인사팀과의 퇴직금 상담 시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조항을 근거로 한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퇴직 시 회사에서 제공하는 퇴직금 정산 명세서는 단순히 한 번 보고 끝낼 서류가 아닙니다. 향후 종합소득세 신고, 연말정산, 새로운 직장 입사 시 경력증명자료 등 여러 상황에서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이메일로 PDF 파일을 요청해 클라우드에 저장해 두고, 주요 항목(근속연수, 평균임금, 과세표준, 공제액)을 별도의 노트에 정리해 두세요.
중간정산을 이미 한 이력이 있다면, 최초 입사일과 각 중간정산 일자를 함께 정리해 두면 이후 분쟁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퇴직금·이직 시나리오 분석 📊
이론만으로는 감이 잘 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자주 발생하는 세 가지 유형을 숫자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연봉과 근속연수, 퇴직금, 이직 시점이 서로 다른 사례를 통해 “언제 퇴사하는 것이 유리한지”, “중간정산과 연봉협상을 어떻게 조합할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30대 중반 D씨의 사례입니다. 2017년 입사해 2025년 초 기준 8년 근속 중이며, 최근 연봉은 4,200만 원입니다. 최근 3개월 평균임금 기준 퇴직금 예상액은 약 900만 원 수준입니다. D씨는 2025년 6월쯤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데, 새 회사에서는 연봉 4,800만 원을 제시했습니다. 이때 “지금 바로 이직 vs 1년 뒤 이직”을 비교해 보면, 1년 더 근속할 경우 연봉 4,200만 원 + 추가 1년치 퇴직금 약 110만~120만 원이 더해지고, 평균임금 상승분까지 고려하면 실제 차이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 각 시나리오에서 남은 3년·5년 동안의 총 근로소득(세전 기준)
- 동일 기간 예상 퇴직금(근속연수 및 평균임금 변화를 반영해서 추정)
- 이직 후 1년 내 재이직 가능성(조기 이직 시 퇴직금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숫자를 직접 적어보는 과정에서 “지금이 아니라 1년만 더 버티는 편이 합리적이겠다”거나, 반대로 “지금 이직해도 퇴직금 손해가 크지 않다”는 판단을 보다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40대 초반 자녀 둘을 둔 E씨의 예입니다. E씨는 2014년부터 근무해 10년 이상 근속했고, 연봉은 6,000만 원 수준입니다. 전세 재계약으로 8,000만 원의 추가 보증금이 필요해졌고,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3,000만 원을 당겨 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① 중간정산으로 3,000만 원을 확보하고 나머지를 대출로 채우는 선택, ② 정책금융·보증상품을 최대한 활용하고 퇴직금은 그대로 유지하는 선택을 비교해 봐야 합니다.
- 대출이자 총액 vs 퇴직금 중간정산 후 장기 퇴직금 감소분을 각각 수치로 비교해 보기
- 향후 5년 내 집을 매도하거나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그때의 퇴직금·잔여 대출 규모를 함께 시뮬레이션
- 퇴직금 중간정산에 따른 노후자금 감소분을 개인형 IRP, 연금저축 등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 검토
단기적으로는 퇴직금 중간정산이 더 편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노후 준비와 자녀 교육비 계획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숫자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① 지금 이직, ② 1년 뒤 이직, ③ 3년 뒤 이직처럼 시점을 달리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세요. 각 시나리오에서 총 근로소득, 퇴직금, 예상 세금, 대출이자 합계를 함께 적어 두면 의사결정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특히 부부가 함께 경제 계획을 세우는 가정이라면, 이 표를 바탕으로 서로의 생각을 맞춰 보는 것만으로도 향후 재무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엑셀을 잘 다루지 못해도, A4 용지에 손으로 표를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퇴사 전 준비 체크리스트로 마지막 점검하기 ✅
퇴직금 계산법, 중간정산, 연봉협상 전략까지 머릿속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면, 이제는 실제로 퇴사 직전에 무엇을 어떻게 확인할지 한 번 더 구조화할 차례입니다. 마지막 1~2개월의 준비만으로도 실수와 손해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지워 나가는 방식이 특히 유용합니다.
우선 가장 먼저 할 일은 마지막 3개월 급여명세서와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사본을 한 곳에 모으는 것입니다.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간이기 때문에, 수당 누락 여부를 확인하려면 이 자료들이 필수입니다. 특히 연장근로수당, 야간·휴일수당, 각종 수당이 일관되게 지급되어 왔는지 체크해 두면, 퇴직금 계산이 잘못되었을 때 근거를 제시하기가 훨씬 편해집니다.
- 마지막 3개월 급여명세서, 최근 1년치 급여명세서 모두 PDF 또는 사진으로 보관하기
- 근로계약서 원본 또는 사본, 취업규칙 파일(또는 사내 인트라넷 링크) 저장하기
- 중간정산 이력이 있다면, 당시 정산 내역과 근속연수 기준 다시 확인하기
이 자료들을 준비해 둔 상태에서 인사팀에 퇴직금 예상액을 요청하면, 단순히 금액만 받는 것이 아니라 중간 계산 과정까지 함께 검토하기가 수월해집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이직 후 현금 흐름을 고려한 퇴직금 사용 계획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이직 공백기 생활비, 기존 대출 상환, 이사 비용 등에 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노후자금·비상자금 역할도 해야 합니다. 퇴직금을 전부 소비성 지출에 써버리면, 몇 년 뒤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다시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 ① 3~6개월치 생활비를 비상자금 계좌에 먼저 확보하기
- ② 고금리(연 6% 이상) 대출부터 상환하기
- ③ 남는 금액이 있다면 IRP, 연금저축, ETF·적금 등 본인 성향에 맞는 장기 상품에 분산 투자하기
“얼마를 어디에 쓸지”를 퇴직 전 미리 적어 두면, 실제로 돈이 입금되었을 때 감정적인 소비를 줄이고 계획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훨씬 커집니다.
스프레드시트 또는 가계부 앱에 현금성 자산, 투자자산, 부채, 예상 퇴직금, 이직 후 연봉을 한 페이지에 모아서 정리해 보세요.
이직은 단순히 직장을 옮기는 사건이 아니라, 내 삶 전체의 수입·지출 구조가 바뀌는 전환점입니다. 숫자들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때, 감정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특히 3040, 청년 직장인이라면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노후 준비와 자산 형성 계획까지 함께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 마무리
퇴직금 계산법, 중간정산, 이직과 연봉협상까지의 연결 고리는 결국 “내 노동의 가치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숫자와 규정을 모른 채 회사를 떠나면, 그간의 시간과 에너지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채 뒤엉켜 버리기 쉽습니다. 반대로 평균임금 구조, 근속연수, 세금과 제도까지 스스로 점검해 본 사람은 퇴사 순간마저도 자신이 선택한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지금이 당장 퇴사를 앞둔 시점이 아니더라도, 오늘 급여명세서를 다시 열어보고, 내 퇴직금이 어떤 계산식으로 쌓이고 있는지 한 번만 짚어 보는 것만으로도 출발선은 달라집니다. 퇴직금 중간정산이 정말 필요한 상황인지, 정책대출이나 다른 제도를 먼저 활용할 수는 없는지, 이직 후의 총보상은 현재보다 나은 구조인지 스스로에게 차분히 질문해 보세요. 막연한 불안 대신 숫자로 정리된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 감정보다 계획이 앞서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쌓아온 모든 근로의 시간을 존중받기 위해, 오늘 단 한 번의 계산과 점검을 통해 더 단단한 다음 선택을 준비하시길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