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00으로도 언젠가 현관문 이름표에 내 이름이 걸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마음 한편을 오래 두드린다.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이 마음을 숫자와 순서로 풀어내면, 전세와 청약, 대출이 엮여 만들어지는 현실적인 길이 생각보다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1. 월급 300으로 내 집 마련, 현실 숫자부터 차근차근 보기 🏠
월급 300이라는 숫자를 보는 순간, 서울 아파트 시세와 자동으로 비교되면서 허탈함이 먼저 밀려올 수 있다. 하지만 감정과는 별개로, 지금 소득 구조에서 매달 얼마를 저축해 몇 년 동안 모을 수 있는지 계산해 보는 순간부터 로드맵의 첫 장이 열린다.
먼저 중요한 것은 세후 기준이다. 월급 300이라 해도 4대 보험과 세금을 제외하면 실수령은 230만~240만 원 수준인 경우가 많다. 이 안에서 고정지출, 변동지출, 저축을 나누고, 특히 주거비에 얼마를 쓰는지에 따라 내 집 마련 속도가 전혀 달라진다.
예를 들어 2024년 1월 기준으로 회사 생활 2년 차인 김민수 씨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세후 240만 원을 받으며 원룸 월세 70만 원(관리비 포함)에 살고, 교통·식비·통신비를 합쳐 월 90만 원을 쓰고 있다면, 남는 돈은 80만 원이다. 이 구조를 유지하면 1년 저축액은 960만 원, 5년이면 단순 계산으로 4,800만 원이다.
여기에 연 3% 정도의 이자가 붙는 상품을 활용하면 실제 종잣돈은 5,000만 원을 조금 넘길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서울 아파트 한 채"를 바로 떠올리기보다, 5년 뒤 전세 또는 소형 주택 매입에 필요한 최소 자본을 먼저 기준점으로 잡는 것이다. 목표를 과하게 잡으면 처음부터 포기하게 되고, 너무 낮게 잡으면 시간과 기회를 놓치게 된다.
월급 300으로 내 집 마련을 꿈꿀 때 반드시 짚어야 할 질문은 세 가지다. 첫째, 언제까지 전세 또는 월세로 살 것인지. 둘째, 첫 집은 어느 지역, 어느 가격대를 목표로 할 것인지. 셋째, 어느 시점에 청약을 노리고, 어느 시점에 대출을 활용한 매매로 전환할 것인지다. 이 세 가지를 세로로 쭉 세우고, 옆에 연도별로 숫자를 채워 넣으면 나만의 표가 만들어진다.
가장 단순한 기준은 주거비 30% 이내, 저축 30~40%, 나머지 생활비다. 세후 240만 원 기준이라면 주거비는 70만 원 안팎, 최소 저축액은 80만~100만 원 선이 된다. 이 비율을 유지하면서 연봉이 오를 때마다 저축 비율을 조금씩 올리면, 같은 월급이라도 5년 뒤 준비된 자본의 차이가 꽤 크게 벌어진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비상금과 내 집 마련 자금을 분리하는 것이다. 전세 보증금, 청약 통장, 향후 대출 상환 재원까지 모두 한 통장에 섞여 있으면, 큰돈이 있지만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착각 때문에 계획이 쉽게 흐트러진다. 최소 3~6개월 생활비 정도는 비상금 계정으로 따로 두고, 나머지를 주거·내 집 마련 자금으로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2025년 1월부터 비상금 300만 원을 별도 CMA 계좌에 두고, 이후 매달 20만 원씩만 추가로 쌓는다고 해보자. 3년 뒤인 2028년 1월이면 비상금은 1,020만 원 수준이 되고, 같은 기간 동안 내 집 마련 전용 계좌에 매달 80만 원을 저축했다면 2,880만 원이 모인다. 두 계좌의 역할이 분리되어 있어야, 전세 계약이나 청약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집값 총액만 보고 좌절하지만, 실제로는 월급 300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에 투입할 수 있는 금액이 핵심이다. DSR 규제는 소득 대비 전체 대출 원리금 상환 한도를 정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지금 구조에서 대략 얼마까지 감당 가능한지 한 번 계산해 두면 이후 로드맵을 짤 때 기준선이 훨씬 명확해진다.
결국 섹션 1의 목표는 "월급 300으로는 무리"라는 막연한 결론이 아니라, "이 구조라면 5년 뒤 5,000만 원, 10년 뒤 1억 정도는 가능하겠다"라는 식의 구체적인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 문장이 만들어져야 전세 전략, 청약 전략, 대출 전략을 그 위에 쌓을 수 있다.
2. 전세 전략으로 종잣돈 키우기: 거주와 자산의 균형 맞추기 🔍
월급 300으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전세는 단순한 거주 방식이 아니라, 종잣돈을 키우기 위한 "버티는 시간"이 된다. 월세를 줄이면 저축 속도는 빨라지지만, 전세 보증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전세 전략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보증금 대비 대출 비율을 얼마나 쓸 것인지. 둘째, 전세 자금 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싸게 나오는지. 셋째, 집값·전셋값 하락 리스크를 어느 정도까지 감수할 것인지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놓고 비교해야 "전세가 싸다", "월세가 낫다"라는 판단을 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3월,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 보증금 1억 전세와 보증금 1,000만 월세 70만 원짜리 집을 비교한다고 해보자. 전세 자금 대출을 연 4%로 8,000만 원 받는다면, 연이자 320만 원, 월로 나누면 약 26만 원 수준이다. 같은 집을 월세로 살면 70만 원이 나가니, 단순 이자만 보면 월 44만 원 차이가 나고, 여기서 관리비·중개보수·이사 비용까지 감안해 장단을 따져봐야 한다.
전세를 선택했을 때의 장점은 명확하다. 월급 300에서 지출되는 주거비를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한 채, 매달 80만~100만 원 수준의 저축을 할 수 있다. 반면 단점은 전세가 만기 시점에 어떤 가격으로 재계약될지, 집값·전셋값이 떨어질 때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전세 전략이 내 집 마련 로드맵의 한 축이 되려면, 최소한 다음 항목은 확인해야 한다. 등기부등본 상 근저당 설정 금액, 집값 대비 근저당+보증금 합계 비율, 집주인 실거주 여부,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다. 이 네 가지를 확인하지 않고 "집이 깨끗해 보인다"는 인상만으로 계약하면, 종잣돈을 키우는 대신 한 번에 날릴 위험을 안게 된다.
보증보험료가 아깝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한 전세 보증금은 사실상 전 재산인 경우가 많다. 수천만~1억 이상의 보증금을 몇십만 원 수준의 보험료로 방어할 수 있다면, 이는 비용이 아니라 필수적인 방패에 가깝다. 특히 월급 300 수준에서는 한 번의 사고가 회복 불가능한 손실이 되기 쉽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 사례를 하나 보자. 2022년 5월에 경기도에 입사 3년 차로 취업한 이지은 씨는 세후 250만 원을 받으며, 전세 7,000만 원짜리 빌라에 전세자금대출 5,000만 원을 끼고 들어갔다. 이자 부담은 월 19만 원 수준이었고, 대신 월 저축액은 90만 원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같은 조건에서 월세 65만 원짜리 집을 선택했다면, 저축액은 50만 원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다.
전세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로드맵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전세 기간 동안 무엇을 준비할지다. 이 기간에 청약 통장 납입을 꾸준히 이어가고, 신용점수·카드 사용 패턴을 관리하며, DSR 계산을 미리 해보는 것이 좋다. 전세 기간이 단순히 "사는 시간"이 아니라, 내 집 마련의 준비 시간이 되어야 한다.
전세와 월세 사이에서 고민할 때마다, "지금 2년 뒤를 위한 선택을 하는가, 20년 뒤를 위한 선택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전세는 2년 동안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10년 뒤 내 집 마련의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이다. 이 관점을 잡으면 눈앞의 이사 비용보다 긴 호흡의 자산 형성이 더 크게 보이게 된다.
3. 청약 통장과 가점 전략: 나에게 유리한 판 짜기 ✏️
전세로 거주 기반을 안정시켰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축은 청약이다. 월급 300으로 당장 매매에 뛰어들기 어렵다면, 청약 통장과 가점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장기적인 승부수다. 같은 소득이라도 청약 준비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의 10년 뒤 선택지는 완전히 달라진다.
청약 통장을 이미 갖고 있다면, 통장 종류와 납입 금액, 가입 기간부터 점검해야 한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인지, 예금·부금인지, 언제 가입했고 지금까지 얼마를 넣었는지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얼마나 넣었는가"보다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관리할 것인가"다.
가점을 막연히 외워두기보다, 지금 점수와 5년 뒤·10년 뒤 점수를 각각 계산해 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2024년 기준 만 32세, 무주택 기간 5년, 부양가족 1명, 청약통장 가입 기간 6년이라면 대략 40점대 초반이 나온다. 같은 사람이 5년 뒤에는 무주택 기간·가입 기간이 늘어나며 50점대 근처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실제 계산표를 한 번 그려보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한 번쯤 떠올려 볼 수 있는 문장은 이렇다.
“언젠가 점수가 쌓이겠지”라는 막연함에서 벗어나, “2029년에는 몇 점이 되고, 어느 지역 어느 단지를 노려볼 수 있을까”라는 문장까지 만들어야 청약이 전략이 된다.
청약홈, 지자체 홈페이지, 건설사 분양 공고를 통해 과거 당첨 커트라인과 경쟁률을 보는 습관을 들이면 더 좋다. 같은 평형이라도 지역·브랜드·입지에 따라 필요 가점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후 240만 원에서 청약 통장에 매달 10만 원을 넣는 것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10만 원을 5년, 10년 쌓았을 때의 효과는 단순 금액을 넘는다. 가입 기간에 따라 가점이 늘어나고, 일정 금액 이상 누적해야 일부 평형에 청약 자격이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여유가 될 때 몰아서 넣기보다 꾸준히 일정 금액을 넣는 편이 전체 전략상 유리하다.
모든 사람이 서울·수도권 인기 단지만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월급 300 수준이라면, 출퇴근 가능 거리, 부모님 거주지, 향후 이직·전직 가능성까지 고려해 광역시·지방 거점 도시의 공공분양·민영 분양을 병행해서 보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커트라인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교통 호재·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장기적으로 가치가 오를 수 있는 지역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가점이 높지 않다면 추첨제 비율이 있는 단지를 함께 보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소형 평형이나 일부 민영 주택에서는 가점제와 추첨제가 혼합되어 있기 때문에, 무주택 기간이 짧은 청년·초기 직장인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차피 안 된다"가 아니라, "어디에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가"를 찾는 태도다.
예를 들어 2026년 2월, 대구의 한 공공분양 단지에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당첨된 박지현 씨 사례를 떠올려 보자. 세후 280만 원의 월급으로 4년 동안 전세로 살며 청약 통장을 꾸준히 관리했고, 무주택 기간 4년, 혼인 기간 2년, 부양가족 1명이라는 조건을 충족해 경쟁률 20:1 속에서도 기회를 잡았다. 같은 소득이었지만 청약 준비 여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청약은 단번에 집을 만들어주는 마법은 아니지만, 월급 300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가격대의 집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마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다. 이 통로를 열어 두고, 전세와 대출 전략을 옆에서 정렬하는 것이 전체 로드맵의 큰 그림이 된다.
4. 주택담보대출·DSR 구조 이해하고 안전하게 빌리기 💳
어떤 방식이든 결국 내 집을 마련하려면 대출을 마주하게 된다. 월급 300인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까지 빌릴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까지 빌려도 안전한가"다. 이 두 가지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개념이 LTV와 DSR이다. LTV는 집값 대비 대출 비율, DSR은 연 소득 대비 전체 대출 원리금 상환 비율이다. 규제 기준은 시기마다 바뀌지만, 원리는 같다. 소득이 늘지 않는다면, DSR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그 안에서 이자만 내는 것이 아니라 원금까지 갚아 나가야 한다.
세후 240만 원이라면, 일반적으로 주거 관련 원리금 상환액을 소득의 25%를 넘기지 않는 수준으로 잡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 즉 월 60만 원 안팎이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겼을 때 생활비를 줄이거나 다른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은행이 허용해 준다고 해서 그 한도를 끝까지 쓰는 것이 좋은 선택은 아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선택이다. 금리가 낮을 때는 고정금리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월급 300 수준에서는 금리 급등이 곧장 생활비 압박으로 이어진다. 변동금리를 선택하더라도 상환 계획을 짤 때는 금리가 1~2%p 더 올랐을 때를 가정해 여유를 남겨두는 편이 안전하다.
예를 들어 2억 원짜리 집을 LTV 60%로 1억 2,000만 원 대출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금리 4%에 30년 원리금 균등 상환일 때 월 상환액은 약 57만 원 수준이다. 금리가 6%로 오르면 같은 조건에서 월 상환액은 72만 원까지 올라간다. 월급 300 구조에서 이 15만 원 차이가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지 미리 상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주거래 은행에서 먼저 상담을 받는 것은 좋지만, 거기서 제시하는 조건이 최선은 아닐 수 있다. 가능하다면 2~3곳의 은행 또는 금융 플랫폼에서 동일 조건으로 한도를 조회해 보고, 금리·중도상환수수료·우대 조건까지 함께 비교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서 "이 정도 대출은 부담스럽다"는 감각이 생기면, 집값 목표를 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여기서 한 번 되새겨 볼 문장을 남겨 보자.
“은행이 빌려주는 금액이 내가 감당해도 되는 금액이라고 착각하지 말 것, 결국 상환을 책임지는 사람은 월급 300을 받는 나 자신이다.”
대출을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대출이 없는 삶보다 대출이 있는 삶의 리스크를 정확히 이해한 뒤, 그 리스크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실행해야 한다. 특히 다른 소비성 대출(마이너스통장, 카드론 등)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실제 2023년 10월, 세후 260만 원을 받는 직장인 정우석 씨는 수도권 외곽 2억 3,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LTV 60%로 매수했다. 대출 1억 3,800만 원, 금리 4.3%, 35년 만기 조건에서 월 상환액은 약 65만 원이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마이너스통장 1,000만 원을 1년간 집중 상환해 없앤 뒤 주담대를 실행했기 때문에, 전체 DSR을 관리하면서도 생활비를 크게 줄이지 않고 버텨낼 수 있었다.
5. 10년 로드맵 예시: 월급 300 직장인의 단계별 흐름 정리 ⏱️
지금까지 전세, 청약, 대출의 원리를 따로 보았다면, 이제는 이 세 가지를 시간 순서대로 엮어 보자. 모든 사람이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10년 시나리오를 한 번 그려 보면 자신의 상황과 비교해 보기 쉽다.
가상의 인물, 2024년 1월 입사 2년 차 세후 240만 원을 받는 직장인 "하준"의 로드맵을 예시로 살펴보자. 현재는 보증금 500만 원, 월세 60만 원 원룸에 살고 있고, 통장 잔고는 300만 원, 청약 통장은 개설만 되어 있는 상태다. 이런 조건에서 10년 뒤 내 집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첫 1~3년 차에는 집을 사는 것보다 저축 습관과 전세 전환 준비에 집중하는 편이 좋다. 하준은 2024년 한 해 동안 월 저축액을 40만 원에서 80만 원으로 끌어올리고, 2025년 6월까지 2,000만 원의 전세 보증금 종잣돈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잡는다. 동시에 청약 통장에 월 10만 원씩 자동이체를 걸어 두고, 불필요한 구독 서비스와 카드 할부를 정리한다.
3~5년 차에는 본격적으로 전세로 갈아탄다. 예를 들어 2026년 3월, 수도권 외곽 9,000만 원 전세 집으로 이사하며, 전세자금대출 7,000만 원을 끼고 들어간다고 가정하자. 이자 부담은 월 25만 원 안팎이고, 기존 월세 60만 원보다 전체 주거비는 줄어든다. 대신 초기 보증금 2,000만 원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쌓아 둔 저축으로 마련한다.
전세 생활이 안정되면, 이제는 "어디에 어떤 집을 노릴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좁혀야 한다. 하준은 2027년부터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경기 북부·동부 지역과 인천 일부 지역의 공공분양·민영분양 정보를 꾸준히 확인한다. 2028년까지는 가점이 크게 높지 않으므로, 신혼부부·생애최초·청년 등 다양한 특별공급 자격도 함께 검토한다.
10년 로드맵의 후반부에서는 두 가지 가능성을 항상 동시에 열어 둬야 한다. 하나는 청약 당첨에 성공했을 때 분양권을 받아 입주까지 기다리는 길, 다른 하나는 적당한 시점에 소형 아파트나 구축 아파트를 대출과 함께 매수하는 길이다. 시장 상황과 본인의 가점·저축 여력을 비교해, 어느 쪽이 더 현실적인지 1~2년 단위로 점검해야 한다.
이쯤에서 한 문장을 다시 떠올려 보자.
“집값을 맞추려 하기보다, 나의 시간표 안에 집을 끌어들이는 것이 월급 300 로드맵의 핵심이다.”
10년 동안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이직, 결혼, 출산, 부모님 지원, 건강 문제 등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계획을 흔든다. 중요한 것은 한번 세운 로드맵을 절대 바꾸지 않는 것이 아니라, 큰 방향을 유지한 채 상황에 따라 미세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32년 1월쯤 하준이 서울 외곽 구축 아파트 2억 5,000만 원짜리를 보게 되었다고 하자. 10년간 모은 자본 1억 원, 전세보증금 회수 5,000만 원, 주담대 1억 원을 활용해 매수할 수 있다면, 월 상환액은 45만~55만 원 선이 된다. 이때 전세를 연장할지, 매매로 전환할지의 판단은 "집값이 오를 것 같다"가 아니라, 위 금액을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에 따라 내려야 한다.
6. 지역·형태 선택 요령: 전세, 청약, 매매를 엮는 마지막 체크리스트 📌
마지막으로 짚어야 할 것은 "어디에 어떤 집을 살 것인가"다. 월급 300으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원하는 지역과 집의 수준을 끝까지 고정해 두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목표를 조금씩 조정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먼저 지역을 고를 때는 출퇴근 시간, 생활 인프라, 장기적인 가치 상승 가능성 세 가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1시간 통근이 가능한 경기·인천 외곽 지역과, 30분 통근이 가능한 서울 외곽 지역, 90분 통근이 필요한 신도시를 각각 비교해 보면, 집값·전셋값·전망이 모두 다르게 나온다. 이 중에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장 맞는 조합을 찾아야 한다.
첫 집을 고를 때부터 평생 살 집을 찾으려 하면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든다. 월급 300 로드맵에서는 첫 집은 7~10년 정도 거주할 실거주+자산 형성 수단으로 보고, 이후 더 넓은 집이나 더 좋은 입지로 갈아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처음부터 대형 평형이나 인기 학군을 고집할 필요가 줄어든다.
집의 형태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아파트만 고집하기보다, 구축 아파트·소형 아파트·오피스텔·빌라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물론 실거주·전세 수요·향후 매도 용이성 등을 고려하면 아파트가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전세 전략과 함께 보면 빌라·오피스텔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 자본·대출 여력·생활 패턴과의 조합이다.
마지막 점검 단계에서는, 지금 살고 있는 집(전세 또는 월세), 노리고 있는 청약 단지, 고려 중인 매매 후보를 한 장의 표에 올려 비교해 보자. 입지, 가격, 대출 필요 금액, 월 상환액, 예상 거주 기간을 나란히 놓으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지 한눈에 보인다. 이 표가 있어야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감정이 아닌 숫자로 판단할 수 있다.
전세, 청약, 매매 중 어느 단계에 있든, 1년에 한 번은 스스로에게 "지금 이 선택이 여전히 최선인가"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 전셋값과 집값의 괴리, 청약 가점 상승 속도, 연봉 인상률과 대출 상환 여력 등이 바뀌면, 로드맵도 조금씩 손봐야 한다. 이 정기 점검이 쌓이면, 언젠가 내 이름이 적힌 등기부등본을 받아 드는 날이 훨씬 가까워진다.
예를 들어 2030년 1월, 세후 260만 원을 받는 직장인 수진이를 떠올려 보자. 6년 전에는 서울 월세 65만 원에 살았지만, 지금은 인천 전세 1억 2,000만 원짜리 집에 살며, 전세대출 이자 28만 원을 내고 있다. 그 사이 청약 가점은 10점 이상 올라갔고, 저축액은 8,000만 원을 향해 가는 중이다. 매년 말, 수진은 전셋값·집값·청약 경쟁률을 다시 체크하며 "1년 뒤에는 어떤 선택이 더 유리할까"를 고민한다.
이런 방식으로 전세·청약·대출을 한 프레임 안에 놓고 보면, 월급 300이라는 숫자가 처음만큼 막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세는 시간을 벌어 주고, 청약은 기회를 넓혀 주며, 대출은 마지막에 집을 당겨오는 도구가 된다. 이 세 가지의 순서를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 10년 뒤 보여지는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 마무리
월급 300으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마음에는 늘 두 가지 감정이 함께 있다. 한쪽에는 "나도 언젠가 내 집에 들어가고 싶다"는 간절함이, 다른 한쪽에는 "지금 집값에 이 돈으로 가능할까"라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전세, 청약, 대출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더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결국 이 셋을 시간 순서대로 정렬해 보면 생각보다 단순한 구조가 드러난다. 먼저 현재 소득과 지출을 기준으로 5년, 10년 뒤 모을 수 있는 종잣돈을 대략 그려 보고, 그 위에 전세 전략으로 거주비를 낮추고, 청약 통장과 가점을 길게 가져가며, 마지막에 DSR 범위 안에서 안전하게 대출을 활용하는 그림을 얹는 것이다. 이 흐름이 머릿속에 들어오면, "된다/안 된다"의 흑백논리가 아니라, "언제, 어떤 경로로, 어느 수준까지"라는 입체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
현실적인 로드맵의 핵심은 남들이 말하는 성공담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소득·직업·가족 계획·선호 지역에 맞게 숫자를 조정하는 데 있다. 누군가는 7년 안에, 또 다른 누군가는 12년 만에 내 집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게 맞지 않는 목표를 억지로 좇다가 중간에 지쳐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을 차분히 이어 가는 것이다. 월급 300에서도 지출 구조를 다듬고, 전세와 청약을 준비하며, 대출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쓰다 보면,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자산 형성의 능력이 된다. 1년 전의 나보다 더 준비된 상태라면, 아직 집을 사지 않았더라도 로드맵은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 내가 통장 하나를 정리하고, 지출 항목을 조금 다듬고, 전세·청약·대출 중 하나에 대해 더 깊이 이해했다면, 그 한 걸음이 언젠가 내 이름이 적힌 집 현관 앞에 서게 해 줄 것이라고 믿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