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는 날만 다가오면 카드값이 떠오르고 마음이 먼저 무거워지곤 합니다.
이번 주부터는 같은 장바구니로도 더 오래, 더 여유롭게 버틸 수 있다는 확신이 서도록 식비 구조를 새로 짜 보려는 순간입니다.
마트비 30% 줄이기의 출발점, 장보기 사고방식 리셋 🧾
마트비를 줄이려는 순간 많은 사람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은 ‘무조건 덜 사기’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예산 관리를 잘하는 집은 덜 사는 것보다 먼저 패턴을 바꾸는 데 집중합니다. 무엇을 얼마나 사느냐보다도, 언제 어떤 기준으로 장을 보는지가 지출을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평균적으로 3인 가구 기준 2023년 서울 가정의 월 식비는 60만~80만 원 선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30%를 줄이겠다는 목표는 곧 18만~24만 원을 덜 쓰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 번의 장보기마다 만 원씩 아끼는 수준이 아니라, ‘불필요한 장보기 횟수’를 줄이는 전략이 핵심이 됩니다.
예를 들어 4월 한 달을 기준으로, 매주 수·토요일 두 번씩 마트에 들르던 패턴을 주 1회로 줄였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수요일에는 대개 부족한 간식과 반찬을 채우느라 2만 5천 원, 토요일에는 주간 장보기로 7만 원을 쓰던 집이라면, 방문 횟수만 줄여도 한 달에 10만 원 안팎의 지출이 줄어듭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수요일 장보기’에서 사던 품목을 그냥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주간 장보기 목록에 미리 구조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장보기 요일을 매주 토요일 저녁처럼 딱 한 번으로 고정하면, 작은 부족함은 집에 있는 재료로 버티려는 심리가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내일 마트 갈 건데”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배달앱 주문도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토요일 저녁 장보기로 7일치를 사 두고, 수요일쯤 반찬이 살짝 부족해지면 계란말이, 김치볶음, 냉동만두 활용 등 ‘집에 있는 재료 돌리기’로 채우는 식입니다. 요일 한 번 고정만 잘해도 체감 지출은 10% 이상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마트비를 ‘생활비의 나머지’가 아니라 독립된 예산 항목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월세·공과금을 빼고 남은 돈에서 그때그때 장을 보는 방식은, 실제 지출이 얼마인지 파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식비가 숫자로 보이지 않으면 줄일 기준도 잡히지 않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식비 전용 체크카드’를 하나 만드는 것입니다. 월초에 식비 예산만큼 딱 이 카드로만 쓰게 하면, 결제 내역을 따로 정리하지 않아도 한 달 마트비가 바로 눈에 들어옵니다.
2024년 1월부터 한 3인 가구 사례를 보면, 월 70만 원 수준이던 식비가 전용 카드 사용 후 5개월 만에 48만 원으로 내려갔습니다. 별도의 가계부를 쓰지 않았는데도, ‘잔액이 눈에 보인다’는 효과만으로 장바구니 선택이 훨씬 조심스러워졌기 때문입니다.
실천 전 A4 용지 한 장에 “우리 집이 포기할 수 있는 것 / 포기하기 싫은 것”을 각각 5개씩 적어 보세요. 예를 들어 “과일은 제철 것만, 고기는 최소 주 2회, 간식은 주 2회 이하”처럼 원하는 기준을 먼저 정하면, 장바구니에서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지킬지 훨씬 명확해집니다.
이 기준은 2~3주 정도 실천한 뒤 다시 수정해 나가면 됩니다. 처음부터 너무 빡빡하게 잡으면 중간에 쉽게 포기하게 되니,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사고방식을 조금만 바꾸더라도 바로 다음 주 장보기부터 선택이 달라집니다. 대용량 행사 상품을 무조건 집어 들던 습관에서, “우리 집 기준에 맞는지”를 한 번 더 확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마트비 30% 절감은 결국 수학 문제가 아니라, 생활 기준을 재설계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습니다.
또한 가족과 기준을 함께 공유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가 있다면 ‘과자는 주 1회, 대신 과일을 넉넉히’ 같은 룰을 눈에 보이게 붙여두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이렇게 해야 장보는 사람이 혼자 힘을 쓰는 구조에서 벗어나, 집 전체가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1주일 식비 예산표, 얼마가 적정선일까 💰
마트비를 30% 줄이고 싶다면, 막연한 느낌보다 주 단위 숫자부터 정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한 달 기준 예산이 60만 원이라면 4주로 나누어 주당 15만 원, 여기서 30%를 줄인다면 주당 약 10만 5천 원 정도가 됩니다. 이 숫자를 정확히 적어 두는 것만으로도, 장보기 중간에 ‘지금 어느 정도 썼는지’를 머릿속으로 계산하게 됩니다.
아래는 3인 가구를 기준으로 한 현실적인 1주일 식비 예산표 예시입니다. 각 항목의 비율을 참고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조정해 보세요.
- 주요 단백질(고기·계란·두부 등) : 40,000원 – 돼지고기 앞다리 1.2kg, 닭가슴살 1kg, 계란 30구, 두부 2모 등
- 채소·과일 : 25,000원 – 상추·깻잎 세트, 양파·대파·당근 기본 채소, 제철 과일 2종
- 간식·음료 : 10,000원 – 요거트 4개, 견과류 소포장, 주말 과자 2~3개
- 가공식품·간편식 : 15,000원 – 냉동만두, 어묵, 김치전용 만두피, 토스트용 햄·치즈 등
- 양념·기타 : 5,000원 – 고추장·간장·식용유 보충, 김·깨 등
이렇게 나누어 보면, 주당 9만 5천~11만 원 사이에서 장을 보는 구조가 그리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간식·음료와 가공식품 예산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납니다. 주말마다 카페에 들르는 횟수를 한 번 줄이는 것만으로도, 간식 예산을 절반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식비를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어디서 아낄지’를 한 번에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항목은 손대지 않을지를 먼저 고르는 것입니다.” – 2022년 11월부터 1년간 식비를 기록한 한 맞벌이 부부 가계부 메모 중
한 달은 대부분 4주지만, 어떤 달은 주말 구조 때문에 5번 장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2023년 7월처럼 토요일이 5번 있는 달에는, 주당 예산을 동일하게 잡으면 마지막 주에 적자가 나기 쉽습니다.
그래서 “4주인 달에는 주당 11만 원, 5주인 달에는 주당 9만 5천 원”처럼 월초에 미리 두 가지 버전을 정해 두면 혼란이 줄어듭니다. 이 표를 냉장고에 붙여두고 가족과 공유하면, 자연스럽게 모두가 그 범위 안에서 식사를 계획하게 됩니다.
또 다른 포인트는 점심·저녁을 집에서 몇 끼나 먹는지에 따라 예산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인 부부가 평일 점심은 회사에서 해결하고, 저녁과 주말만 집에서 먹는다면 3인 가구 기준 주당 8만~9만 원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재택근무가 많아 세 끼를 모두 집에서 먹는다면, 동일한 품질의 식사를 위해 주당 12만~13만 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1주일 기준 집밥 횟수를 ‘1인당 21끼’로 생각해 보세요. 아침·점심·저녁 7일치입니다. 이 가운데 몇 끼를 집에서 먹는지 체크한 뒤, “집밥 1끼당 2,000~2,500원”을 기준으로 역산하면 현실적인 예산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성인 2명, 아이 1명 가정에서 집밥 비율이 60%라면 주당 집밥 37끼 정도가 됩니다. 여기에 2,300원을 곱하면 약 8만 5천 원이 나오고, 여기에 간식·비상용 간편식을 더해 10만 원 정도로 설정하는 방식입니다.
수기로 예산표를 작성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휴대폰 메모장에 항목별 예산을 적고 화면을 캡처해서 배경화면으로 설정해 보세요.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화면을 한 번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간식 코너에서의 충동구매를 줄이는 심리적 브레이크가 됩니다.
또한 주차장에서 영수증 사진을 찍어 예산표 캡처 옆에 저장해 두면, 한 달 뒤에는 간단한 사진 타임라인만으로도 식비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산표를 적어만 두고 보지 않으면, 없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눈에 자주 띄게 만드는 것이 절반입니다.” – 2021년부터 식비를 기록해 온 40대 워킹맘 인터뷰 중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3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액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다만 외식 비중이 높을수록 마트·시장 지출이 상대적으로 낮게 잡히는 경향이 있어, 우리 집 체감 식비는 통계보다 10~20% 높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통계 수치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우리 집이 평균보다 어느 정도 위·아래인지”를 비교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고, 실제 예산 설정은 생활 패턴에 맞추어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트 가기 전 집에서 끝내는 장바구니 설계법 📋
실제로 마트비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지점은 마트에 가기 직전 30분입니다. 이 시간에 무엇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같은 예산으로도 한 주가 넉넉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사흘 만에 장을 또 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준비의 핵심은 재고 확인, 메뉴 계획, 장바구니 리스트 작성 이렇게 세 단계입니다.
첫 단계는 냉장고·냉동실·찬장을 모두 훑으며 이미 있는 재료를 정확히 적는 것입니다. 2022년 9월부터 6개월간 식비를 기록한 한 가정의 데이터를 보면, 장보기 전 재고 체크만 실천해도 한 달 평균 3만 원 이상의 중복 구매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양파·대파·당근·마늘·계란처럼 ‘있을 것 같아서’ 사게 되는 품목에서 낭비가 많았습니다.
재고를 일일이 적는 것이 번거롭다면, 장을 보러 나가기 직전 냉장고 내부를 통째로 사진으로 찍어 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냉동실 서랍, 김치칸, 문 쪽 수납 공간까지 각각 한 장씩 찍어두면, 마트에서 “있던 것 같은데…”라는 애매함을 바로 없앨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3월 한 달 동안 이런 방식으로 기록한 결과, 소스·양념류 중복 구매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비율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1주일 분량의 대략적인 메뉴를 정하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요리 이름을 복잡하게 적기보다, “고기 요리 3회 / 국·찌개 2회 / 간단 한 그릇 요리 2회”처럼 틀을 먼저 잡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끼워 넣는 구조로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2024년 2월 둘째 주, 직장인 부부와 초등학생 자녀 1명 가정의 메뉴 계획은 다음과 같은 형태였습니다.
파란색 펜으로는 ‘반드시 먹고 싶은 메뉴’인 카레, 닭볶음탕, 김치찌개를 적습니다. 빨간색 펜으로는 ‘냉장고 재료 처리용 메뉴’인 야채볶음밥, 어묵탕을 적고, 초록색 펜으로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김밥, 라면·만두 같은 비상 메뉴를 적어 둡니다. 이렇게 색깔을 나누면 무엇을 사야 할지가 훨씬 뚜렷해집니다.
매번 새로 적기보다, 우리 집에서 자주 사는 품목을 A4 한 장에 카테고리별로 적어 두고 체크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단백질, 채소, 과일, 간식, 가공식품, 양념류로 나누고 각 칸에 10~15개 품목을 미리 적어 둡니다.
장을 보기 전 이 템플릿을 꺼내 오늘 필요한 것에만 체크하면 되기 때문에, 목록 작성 시간을 5분 이내로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체크가 너무 많은 칸이 어디인지 한눈에 보이기 때문에, 과소비하는 영역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단계는 실제 장바구니 리스트를 카테고리별로 적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마트 동선 순서대로 품목을 배열하는 것입니다. 입구 – 채소·과일 – 정육·수산 – 냉장·냉동 – 가공식품 – 생필품 – 계산대 순서로 적어두면, 돌아가는 동선이 줄어들고 충동구매도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또한 장바구니 리스트에는 “없으면 안 되는 것”과 “있으면 좋은 것”을 기호로 구분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필수 품목에는 ‘★’, 선택 품목에는 ‘●’ 표시를 하는 방식입니다. 계산대에 가기 전 한 번 더 리스트를 보면서, 오늘 예산 안에서 ‘● 표시 품목’을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지출이 줄어듭니다.
“집에서 10분을 더 쓰면, 마트에서 1만 원을 덜 쓰게 됩니다. 결국 시간과 돈 중 무엇을 더 아끼고 싶은지의 선택이죠.” – 2020년 이후 온라인·오프라인 장보기 패턴을 분석한 가계부 코치의 코멘트
실전 마트 동선·구역별 장보기 요령 🛒
마트에 들어가는 순간 눈앞에는 행사 POP, 시식 코너, 1+1 진열대가 먼저 보입니다.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카트에 장바구니 리스트를 올려두는 것입니다. 휴대폰 메모를 켜서 카트 손잡이 위에 올려두거나, 종이 리스트라면 집게로 집어두면 자연스럽게 눈길이 자주 갑니다.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행사 코너는 마트 입장에서 ‘오늘의 매출을 좌우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가격은 저렴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필요한 것보다 많이 사게 되는 구역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입구에서 바로 행사 코너로 가지 않고, 정해 둔 동선대로 한 바퀴를 돈 뒤 마지막에 다시 돌아와 필요한 것만 고르는 것입니다. 이미 필요한 것은 다 담은 상태라면, 행사 상품을 보더라도 “정말 추가로 필요할까?”를 더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채소·과일 코너에서는 제철과 ‘오늘 꼭 먹을 것’을 우선으로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5월이라면 토마토·오이·상추처럼 가격이 안정적인 품목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제철이 아닌 수입 과일은 특별한 날에만 선택하는 식입니다. “이번 주 내내 먹을 수 있는 것인가”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금액 대비 만족도가 훨씬 올라갑니다.
정육 코너에서는 100g당 가격을 비교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2024년 3월 기준으로 어떤 마트에서는 돼지 앞다리 100g이 980원, 다른 마트에서는 1,380원인 경우도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1+1 행사’가 좋아 보이지만, g당 가격을 계산하면 실제로는 비싼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계산기로 100g당 가격을 한 번만 계산해 보면, “오늘은 정말 싸니까 2kg까지 사도 되겠다” 혹은 “다음 주 세일을 기다리자” 같은 결정을 훨씬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습니다.
장바구니 리스트에 카테고리별로 색깔을 미리 입혀 두면, 마트 동선이 더 단순해집니다. 예를 들어 채소·과일은 초록색, 정육·수산은 빨간색, 냉장·냉동식품은 파란색으로 표시합니다.
이렇게 하면, 채소 코너에서 초록색 품목만 모두 체크하고 다음 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돌아가는 동선이 줄어들면 피로감도 덜해지고, “이미 왔으니 이것도 살까?”라는 생각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지출도 줄어듭니다.
냉장·냉동식품 코너에서는 유통기한과 용량을 함께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슬라이스 치즈 30매가 9천 원, 10매가 3,800원이라면 g당 가격은 대용량이 더 싸지만, 한 달 안에 다 먹지 못할 경우 오히려 버리게 되어 손해입니다. 우리 집 소비 속도를 기준으로 양을 선택하는 것이 진짜 절약입니다.
가공식품 코너에서는 평소 자주 먹는 브랜드·제품을 2~3개로 줄여 두는 것이 좋습니다. 매번 새로운 제품을 시도하면 실패 확률이 높아지고, 싫어하는 맛을 남기게 되어 결국 버리게 됩니다. 꾸준히 먹게 되는 ‘집 대표 제품’을 정해 두면, 세일 정보도 쉽게 기억되고 온라인 가격 비교도 수월해집니다.
계산대 줄을 설 때, 카트에서 가장 먼저 집었던 물건 3개를 꺼내 다시 한 번 리스트를 확인해 보세요. “오늘 꼭 필요한가?”를 묻고, 아니라고 느껴지는 품목은 과감히 빼 보는 겁니다.
2021년 한 커뮤니티에서 진행된 식비 줄이기 챌린지 후기를 보면, 이 습관만으로 장보기당 평균 8,000~12,000원 정도를 줄였다는 사례가 여럿 있습니다. 특히 간식·디저트·가공식품 쪽에서 제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냉장고 털이·밀프렙으로 식비 지출 잠그기 🍱
마트에서 아무리 잘 골라도, 집에서 재료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실제 체감 식비는 크게 달라집니다. 1주일 중 하루는 ‘냉장고 털이 데이’로 정해 남은 재료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보통 목요일이나 금요일 저녁이 좋습니다.
일요일 저녁, 장을 보고 온 직후 냉장고 재료에 스티커나 메모를 붙입니다. 3일 안에 먹어야 하는 것은 빨간색, 5일 안에 먹을 것은 노란색, 오래 두어도 되는 것은 초록색으로 표시합니다.
예를 들어 2023년 10월에 이 방식을 도입한 한 가정은, 빨간색 스티커가 붙은 콩나물·생선·썰어 둔 과일 등을 수요일 이전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면서, 한 달 폐기 식품 금액이 2만 원에서 5천 원 수준으로 줄었다고 기록했습니다.
밀프렙, 즉 한 번에 여러 끼니를 준비해 두는 방식도 식비 절약에 큰 도움을 줍니다. 월요일 저녁이나 주말에 2시간 정도 투자해, 밑반찬 3종·메인 반찬 2종·국 1종 정도를 만들어 두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해 두면 중간에 배달을 시킬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2024년 1월 둘째 주, 한 맞벌이 부부는 일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다음 메뉴를 준비했습니다. 간장 닭조림, 두부조림, 시금치나물, 브로콜리 데침, 김치찌개 한 냄비입니다.
이 메뉴로 월·화·수 저녁 메인 반찬과 도시락 반찬까지 해결하면서, 그 주에 배달앱 주문은 단 한 번으로 줄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주 식비는 평소보다 2만 5천 원 정도 낮게 유지되었습니다.
반찬을 한 번에 많이 만들었다면, 2~3일 안에 먹을 분량만 냉장실에 두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소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2022년부터 이 방식을 실천한 한 가정은, “힘든 날 꺼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다는 것만으로 배달앱을 켜는 일이 줄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락앤락 같은 밀폐 용기에 날짜와 메뉴를 적어 붙여두면, 언제 만든 음식인지 바로 알 수 있어 위생 관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냉장고가 꽉 차 있을수록 오히려 ‘오늘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양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 2023년 온라인 정리수납 강의 중 강사의 멘트
냉장고 털이는 단순히 남은 재료를 처리하는 시간이 아니라, 다음 주 장보기 전략을 세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냉장고에 어떤 재료가 항상 남는지, 어떤 재료는 항상 부족한지를 체크하면, 다음 장보기에서 품목과 양을 조정하기가 쉬워집니다.
한 달에 한 번, 냉장고·찬장·냉동실을 모두 비우는 날을 잡아 어떤 재료가 가장 많이 남았는지 적어 보세요. 예를 들어 파프리카, 브로콜리, 소시지가 자주 남는다면, 그 재료를 활용한 레시피를 더 찾아보거나 다음 달에는 그만큼 덜 사는 식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2021년 6월부터 이 결산표를 작성한 한 가정은, 3개월 후부터는 “남는 재료 패턴이 거의 사라졌다”고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장보기 정확도가 올라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이·직장인·맞벌이별 맞춤 장보기 전략 👪
같은 예산이라도 가족 구성에 따라 장보기 전략은 달라져야 합니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집, 혼자 사는 직장인, 둘 다 바쁜 맞벌이 부부는 필요한 품목과 요리 패턴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집 유형’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장바구니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초등학생 자녀 1명이 있는 3인 가구 사례를 보겠습니다. 2023년 9월 한 달 동안 장보기 내역을 분석해 보니, 과자·음료·디저트에만 12만 원 이상이 쓰였습니다. 이 가정은 다음 달부터 간식 예산 상한선을 월 6만 원, 주당 1만 5천 원으로 정했습니다.
그 결과 아이와 함께 장을 볼 때, “오늘은 간식은 3개까지만 고르자”와 같이 숫자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아이도 자연스럽게 우선순위를 정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직장인 1인 가구의 경우, 큰 마트를 자주 이용하기보다 집 근처 소형 마트와 온라인 장보기를 적절히 섞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출퇴근 시간과 체력을 고려하면, 한 번에 많이 사서 오래 먹는 전략보다 3~4일치씩 자주 채우는 구조가 오히려 배달비와 외식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022년 4월부터 혼자 살기 시작한 한 직장인은, 초반에는 대형 마트에서 한 번에 2주치를 사두었다가 자주 버리게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후 전략을 바꾸어, 평일에는 편의점+동네 마트에서 3일치 장보기만 하고, 주말에만 대형 마트에 들렀습니다.
이렇게 3일치 장보기 원칙을 적용한 뒤, 한 달 평균 식비는 42만 원에서 31만 원으로 감소했습니다. 특히 유통기한이 짧은 채소·유제품 폐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습니다.
맞벌이 가정이라면 일주일에 하루는 ‘노쿡 데이’를 정해, 그날만큼은 요리를 하지 않고 간편식이나 외식을 하도록 정하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대신 나머지 6일에는 최대한 집밥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2021년부터 이 방식을 실천한 한 맞벌이 부부는, 매주 금요일을 노쿡 데이로 지정하고, 나머지 요일에는 전자레인지로 데워 먹을 수 있는 밀프렙 메뉴를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 결과 배달앱 주문 횟수는 줄었지만, 삶의 만족도는 높아졌다는 후기를 남겼습니다.
가족 구성에 따라 필요한 식재료의 종류도 달라집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우유·요거트·과일·치즈 같은 간식용 단백질을 넉넉히 준비해야 하고, 혼자 사는 직장인은 유통기한이 길고 조리 시간이 짧은 재료를 중심으로 장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맞벌이 부부라면 냉동실 활용도가 높은 재료에 투자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각 가족 유형에 맞춰 “없으면 불편한 필수 품목”을 20개만 추려 리스트로 만들어 보세요. 아이가 있는 집은 우유, 치즈, 바나나, 계란, 감자, 김, 햄, 요거트 등이 포함될 수 있고, 맞벌이는 냉동 밥, 냉동 만두, 샐러드 채소, 간편 국류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리스트만큼은 매주 반드시 체크하고, 나머지는 예산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선택하는 구조로 가면 장보기 시간이 줄어들고, 식비 예산도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학기 시작, 연말, 이사 시즌처럼 생활 패턴이 크게 바뀌는 시기에는 필수 품목 리스트도 함께 수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23년 3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한 가정은, 아침 도시락용 빵·시리얼·과일 컵을 필수 품목에 추가했습니다.
반대로 재택근무 비중이 줄어든 2022년 하반기에는, 밀프렙용 재료를 줄이고 주말 브런치 재료를 더 늘리는 방식으로 조정했습니다. 생활이 바뀌면 장바구니도 반드시 바뀌어야 예산이 계속해서 맞아떨어집니다.
✅ 마무리
마트비 30% 절감은 특별한 재능이나 극단적인 절약이 아니라, 우리 집에 맞는 구조를 찾는 과정입니다. 장보기 요일을 고정하고, 1주일 식비 예산표를 숫자로 정하고, 집에서 미리 장바구니 리스트를 만드는 일은 처음에는 조금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카드 명세서와 냉장고 상태가 동시에 가벼워지는 순간, 이 작은 수고가 얼마나 큰 효과를 내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이번 주에는 우선 한 가지만 선택해 실천해 보세요. 예를 들어 ‘마트 가기 전 냉장고 사진 찍기’, ‘계산대 줄에서 장바구니에서 1만 원치 빼기’, ‘집밥 횟수 기준으로 주간 예산 다시 짜기’ 같은 작은 실험이면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집에 맞는 최적의 리듬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실패한 주가 있더라도, 다음 주 장보기에서 한 가지를 바꾸면 그 자체로 앞으로 나아가는 경험이 됩니다.
오늘 장바구니를 채우는 선택들이, 한 달 뒤 더 가벼운 마음으로 명세서를 여는 경험으로 이어지기를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