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어떻게든 버텨냈을 뿐인데 집에 돌아오면 몸이 돌덩이처럼 가라앉는 순간, 워킹맘의 만성피로는 그렇게 조용히 삶을 잠식합니다.
누구보다 아이와 일 모두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과 현실의 에너지가 어긋날 때, 그 틈을 어떻게 메울지 함께 차분히 짚어보려 합니다.
워킹맘 만성피로, 내 몸에서 벌어지는 일들 🔍
워킹맘의 만성피로는 단순히 “잠을 못 자서 피곤한 상태”를 넘어, 몸과 뇌, 감정 에너지가 동시에 고갈된 복합적인 상태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주말 내내 쉬어도 덜 나아지는 느낌이 든다면, 이미 몸 안에서는 만성 스트레스 반응이 계속 켜져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 몸은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가 들어오면 부신에서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위기 상황을 버티게 해줍니다. 문제는 워킹맘의 하루가 “잠깐의 위기”가 아니라 “하루 종일 이어지는 긴 비상모드”라는 점입니다. 출근 전 육아, 업무, 퇴근 후 또 다른 육아·가사까지 이어지면서, 이 시스템이 꺼질 틈 없이 과부하 상태가 됩니다.
특히 육아의 특성상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다는 것도 피로를 키우는 요인입니다. 아이가 새벽에 갑자기 깨거나, 어린이집에서 급히 호출이 오거나, 준비물이 전날 밤에야 생각나는 등 일정과 감정이 계속 흔들립니다. 뇌 입장에서는 “계속 긴장을 풀지 말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되고, 이는 수면의 질 저하와 집중력 저하, 두통, 소화불량으로 이어집니다.
2023년 9월 직장에 복귀한 한 워킹맘(32세, 첫째 28개월)은 복직 3개월 만에 “몸이 무거워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기도 힘들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피곤함을 느꼈습니다. 수면시간은 하루 5시간 남짓, 출근 전후로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하면서 주중에 스스로를 위한 시간은 30분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수면 부족 + 회복 시간 부족 + 지속적 긴장이 겹치면, 피로는 어느 순간부터 ‘기본 상태’가 됩니다.
만성피로의 특징은 “하루 정도 쉬면 회복되는가?”로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토요일 하루 푹 잤는데도 일요일 저녁이 되면 다시 무기력해지고, 월요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머리가 지끈거린다면 단순한 일시적 피곤이 아니라 에너지 시스템 전체의 재점검이 필요한 단계일 수 있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별개로, 내 몸이 버티지 못하면 아무것도 지켜낼 수 없다는 걸 2022년 겨울에야 인정했어요.” – 둘째를 키우며 복직한 워킹맘 C씨(35세)의 말
막연히 “너무 피곤하다”고 느끼기보다는, 아침·점심·저녁으로 나누어 피로도를 0~10점으로 적어보면 객관화에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2024년 1월 한 달 동안 매일 기록해 보면 “월요일 아침 8점, 수요일 저녁 9점, 금요일 오전 7점”처럼 패턴이 보입니다. 이 숫자는 이후 회복 전략을 세울 때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은행 통장이 잔고가 바닥나면 긴장하듯, 내 에너지도 아침에 일정량만 있다고 가정해보세요. 출근 준비, 아이 등원, 출근길, 업무 회의, 야근, 집안일 등 각 활동이 얼마만큼 에너지를 인출하는지 대략 적어보면, 평일 하루에 이미 ‘적자’로 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조건 더 버티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인출을 줄이고 어디에서 꼭 입금을 해야 하는지를 찾는 것입니다.
“애 키우는데 다 그런 거지”, “워킹맘이면 당연히 힘들지”라는 말은 현실이지만, 그 말에 기대 버티다 보면 내 몸의 경고음을 놓치기 쉽습니다. 스스로 느끼는 피로가 3개월 이상 계속되고, 휴식 후에도 개선이 없다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신호”로 받아들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워킹맘 만성피로를 키우는 대표 원인 6가지 📊
워킹맘 만성피로의 원인은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구조와 환경, 역할 분배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원인을 정확히 보는 것은 죄책감을 줄이고, 바꿀 수 있는 지점을 찾게 도와줍니다.
대표적인 원인들을 정리해보면 보통 6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수면 부족, 시간의 쪼개짐, 돌봄·가사 불균형, 직무 스트레스, 정서 노동, 자기 돌봄 시간의 부재입니다. 각 항목이 얼마나 내 상황에 해당하는지 천천히 체크해보는 것만으로도 방향이 조금 선명해집니다.
- ① 수면 부족과 수면의 질 저하
아이의 밤 수면이 안정되지 않은 0~36개월 시기에는 새벽 수유, 야깐, 갑작스러운 울음 등으로 깊은 잠에 드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2023년 생후 10개월 아이를 둔 워킹맘 D씨는 한밤중에 평균 2~3회 깨다 보니 실제 깊은 수면은 3시간이 채 되지 않았고, 출근 후 오전 10시만 되면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 ② 시간의 쪼개짐과 멀티태스킹
워킹맘의 하루는 30분 단위로 끊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근 전 30분은 아침 준비, 다음 20분은 등원, 이동 시간, 업무, 퇴근길 장보기, 저녁준비, 목욕·재우기까지 이어지면서 “온전히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뇌가 계속 전환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이는 피로감을 더 키웁니다. - ③ 돌봄·가사 노동의 불균형
통계 자료를 보면 맞벌이 가구에서도 여성이 더 많은 가사·돌봄을 담당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2022년 맞벌이 가구 설문에서, 남편이 하루 평균 1시간 10분을 가사·육아에 쓰는 동안 아내는 3시간 이상을 쓰고 있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경제 활동 시간은 비슷해도 집에 돌아와서 사용하는 에너지 양이 다르니, 피로도 역시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 ④ 직무 스트레스와 성과 압박
육아휴직 후 복귀한 첫 1년은 업무를 다시 따라잡아야 한다는 부담, 승진·평가에 대한 불안, “아이 때문에 빠지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겹쳐 스트레스가 커지는 시기입니다. 특히 2021~2023년처럼 재택·대면이 혼합된 시기에는 업무 경계가 흐려져 집에서도 계속 일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⑤ 정서 노동과 보이지 않는 마음 돌봄
아이의 감정 조절을 도와주고, 배우자의 컨디션도 살피고, 시댁·친정의 행사와 일정도 챙기다 보면 머릿속에 항상 누군가의 기분과 일정이 떠 있습니다. 겉으로 티 나지 않지만, 이런 정서 노동은 하루가 끝날수록 두통과 어깨 결림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 ⑥ 자기 돌봄 시간의 부재
“나를 위한 시간은 1분도 없다”고 말하는 워킹맘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2023년 5월 기준, 한 워킹맘의 하루 일정표를 15분 단위로 쪼개 분석해 보니, 순수하게 자신의 휴식·취미·운동에 쓴 시간은 평일 기준 20분 내외였습니다. 이런 생활이 몇 달, 몇 년 이어지면 만성피로는 거의 필연적인 결과가 됩니다.
“원인을 알아차리고 나니, ‘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조건이 너무 빡세서’ 피곤했다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그 순간부터 해결책을 찾는 마음가짐도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 2020년 복직 후 4년 차 워킹맘 E씨
위 6가지 원인 중 지금 내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지 골라보세요. 예를 들어 “① 수면 부족, ③ 돌봄·가사 불균형”처럼 상위 2가지를 적어두면, 이후 회복 전략을 세울 때도 “모든 걸 다 바꾸려는 시도” 대신 가장 효과가 큰 부분부터 손댈 수 있습니다.
2024년 한 달을 정해, 평일 하루를 기준으로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활동을 표로 적어보세요. 그 옆 칸에는 각 활동 후의 피로도(0~10점)와 기분을 함께 적습니다. 예를 들어 “07:00~07:30 아이 아침 준비 – 피로 6점, 기분 5점”, “21:30~22:00 아이 재우기 – 피로 8점, 기분 7점”처럼 기록하면, 에너지를 많이 쓰지만 보람도 큰 구간과, 에너지만 소모되고 기분은 떨어지는 구간이 구분됩니다.
“그냥 전체적으로 힘들다”는 표현 대신 “나는 현재 수면 부족과 가사 불균형 때문에 가장 지친 상태”라고 구체적으로 적어보면, 파트너와의 대화나 상사와의 협의에서도 훨씬 설득력이 생깁니다. 감정이 아닌 데이터와 구체적인 사례로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에너지 탱크를 다시 채우는 회복 전략 7가지 💪
원인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면, 이제는 실제로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방법들이 필요합니다. 만성피로는 하루 이틀 쉬었다고 갑자기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작은 습관” 위주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는 워킹맘이 현실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7가지 회복 전략을 정리합니다.
모든 전략을 한 번에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1~2가지만 선택해 4주 정도 꾸준히 실천해보고, 그 다음에 다른 전략을 더해가는 방식이 부담이 적습니다. 숫자를 정해두고 실험하는 느낌으로 접근하면 죄책감도 덜해지고, 변화가 체감되었을 때 성취감도 커집니다.
- 1. ‘최소 수면 시간’부터 먼저 확보하기
만성피로 회복의 기본은 수면입니다. 예를 들어 “평일 4시간 → 5시간 30분”처럼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소 목표를 정해 4주간 지켜보는 것입니다. 2023년 11월 한 워킹맘은 밤 12시에 자던 습관을 23시로 30분만 앞당겼는데, 3주 후 오전 두통이 줄고 점심 이후 집중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기록했습니다. - 2. 출근 전 10분 ‘조용한 준비 시간’ 만들기
아이가 깨기 전 10분만 먼저 일어나, 조용히 물 한 잔을 마시고 그날의 중요한 일을 3가지만 적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이 10분은 육체적 에너지보다 정신적 에너지를 정돈하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2022년부터 이 루틴을 유지한 워킹맘 F씨는 “아침에 쫓기는 느낌이 줄면서 하루 전체 피로도가 1~2점 낮아졌다”고 말했습니다. - 3. 점심시간 15분 ‘걷기 회복 루틴’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 퇴근 후 운동 시간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대신 점심시간 중 15분만 식사 후 산책에 쓰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스마트폰의 걸음 수 앱으로 1일 3,000~5,000보 정도를 장기 목표로 삼고, 2024년 한 해 동안 월별 평균을 체크해보면 작지만 꾸준한 변화가 보입니다. - 4. 카페인·당 섭취 시간대 조정하기
오후 3시 이후 카페인을 줄이고, 당이 많이 든 간식을 “완전 금지”가 아니라 “주 3회로 제한”하는 식으로 조정해보세요. 특히 오후 늦게 마시는 커피는 수면 질을 떨어뜨려 다음 날 피로를 키울 수 있습니다. 2021년부터 카페인을 오전으로만 제한한 워킹맘 한 명은 밤에 중간에 깨는 횟수가 주 4회에서 1~2회로 줄었다고 기록했습니다. - 5. ‘에너지 채우는 식사’ 1끼 확보하기
하루 세 끼 모두를 완벽히 챙기기 어렵다면, 적어도 한 끼만큼은 영양 균형을 신경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아보세요. 예를 들어 출근 후 오전 간식으로 삶은 계란 1개, 견과류 한 줌, 플레인 요거트를 준비해 두는 식입니다. 이는 점심 폭식도 막아주어 오후 피로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6. 1주일에 1시간 ‘완전 무책임 시간’ 확보
2023년 6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9~10시를 “나만의 시간”으로 정한 워킹맘 G씨는,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습니다. 넷플릭스를 보거나, 카페에 가 있거나, 그냥 가만히 누워 있어도 되는 시간입니다. 이 1시간이 일주일 전체의 정서적 에너지를 받쳐주는 안전판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 7. ‘3문장 저널링’으로 감정 정리하기
잠들기 전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오늘 나를 힘들게 한 일 1가지, 나를 기쁘게 한 일 1가지, 내일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1가지”를 짧게 적어보세요. 이것만으로도 마음속에서 맴도는 생각들이 정리되면서, 잠들 때의 긴장이 완화되고 수면의 질이 조금씩 좋아질 수 있습니다.
“운동을 크게 시작한 건 아니에요. 단지 점심마다 회사 건물 주변을 한 바퀴 더 도는 걸 2022년 봄부터 시작했을 뿐인데, 저녁에 아이를 씻기고 책을 읽어줄 힘이 조금 더 남아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 워킹맘 H씨
만성피로를 해결하는 과정은 장기전입니다. “이번 달은 수면 30분 늘리기 + 점심 걷기”처럼 4주 단위 목표를 정해보고, 2024년 1~3분기처럼 분기별로 자신만의 실험을 이어가 보세요. 각 실험이 끝날 때마다 피로도를 1~2점만 낮출 수 있어도, 1년 후에는 전혀 다른 몸 상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어느 주에는 야근, 아이의 잦은 감기 등으로 루틴을 못 지킬 수도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깨졌으니 끝났다”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다시 돌아오는가입니다. 2023년 루틴을 기록한 한 워킹맘의 다이어리를 보면, 실패한 주가 10번 넘게 등장하지만 그때마다 작은 단위부터 다시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위 7가지 전략 중 지금 상황에서 가장 실행하기 쉬운 것 2가지만 먼저 골라보세요. 예를 들어 “출근 전 10분 조용한 시간 + 점심 15분 걷기”처럼요. 작은 변화를 4주간 유지했을 때의 변화를 몸으로 경험해보면, 그다음 전략을 추가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집니다.
육아·일 균형을 위한 시간·역할 설계 전략 ⏰
워킹맘의 에너지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쉬었는가”가 아니라, 하루의 시간과 역할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은 시간표라도 돌봄·가사·업무의 분배 방식에 따라 피로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현실적으로 조정 가능한 시간·역할 설계 전략을 살펴봅니다.
특히 배우자와의 역할 분담, 외부 도움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워킹맘의 에너지 잔고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22년 이후 다양한 사례를 보면, “모든 것을 조금씩 덜어내기”가 아니라 “특정 시간대를 통째로 비워내기”를 선택했을 때 피로 개선 효과가 더 컸습니다.
- 1. ‘골든 타임’을 정하고 그 시간은 반드시 보호하기
하루 중 가장 지치기 쉬운 구간(예: 저녁 6~9시)을 골든 타임으로 정하고, 이 시간만큼은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2023년 한 맞벌이 부부는 주 3일은 남편이 퇴근 후 바로 아이 목욕·재우기를 담당하고, 나머지 2일은 아내가 맡되, 그 대신 주말 오전 2시간은 아내의 개인 시간으로 비워 두었습니다. - 2. 주 1회 ‘가사 회의’로 역할을 재조정하기
일요일 저녁 20분 정도를 정해, 한 주 동안의 일정과 가사·육아 분배를 간단히 회의하는 것입니다. 이때 “이번 주 가장 힘들었던 순간 1가지”와 “다음 주에 꼭 도와줬으면 하는 일 1가지”를 서로 말해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2021년부터 이 회의를 도입한 한 부부는, 갈등 빈도가 줄어들고 피로에 대한 이해도 훨씬 높아졌다고 공유했습니다. - 3. 반복되는 집안일을 ‘자동화’·‘외주화’하기
장보기·청소·반찬 준비 등 반복적인 일을 줄이는 방법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2022년부터 온라인 정기 배송(물, 휴지, 세제)을 활용해 마트 장보는 시간을 주 2시간에서 30분으로 줄인 사례, 2주에 한 번씩 청소 도우미를 요청해 토요일 오전 청소 시간을 없앤 사례 등이 있습니다. - 4. 아이 잠든 후 ‘야근 시간’을 줄이는 실험
아이를 재운 후 밤 10시 이후에 하는 업무·가사를 3개월만 실험적으로 줄여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이 시간대 업무를 줄이기 위해, 출근 후 30분 집중 업무 시간, 점심 직후 20분 이메일 처리 시간을 따로 확보해 재배치한 워킹맘은, 밤 11시에 침대에 누울 수 있게 되면서 만성피로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기록했습니다.
주간 계획을 세울 때 “이번 주에는 이 세 가지 일만큼은 하지 않겠다”라고 미리 적어보세요. 예를 들어 “이번 주 평일에는 지인 약속 잡지 않기”, “아이 잠든 후에는 온라인 쇼핑 대신 바로 샤워하고 잠들기”처럼요. 2023년 한 워킹맘은 이 방법으로 주당 3시간가량의 시간을 회복했다고 기록했습니다.
“하루 중 가장 힘든 시간대가 언제인지”, “그 시간에 무엇을 덜어주면 도움이 되는지”를 서로 질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2022년 10월 한 부부는 “아이 씻기기 후 잠들기 전까지 30분이 가장 힘들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 시간에는 각자 15분씩 독서·샤워를 번갈아 할 수 있도록 분배를 조정했습니다.
배우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너도 바쁜 건 아는데…”라는 말 대신, “나의 에너지 통장이 지금 마이너스 상태라 이 시간대만 함께 나눠 가졌으면 해”처럼 이야기해보세요. 객관화된 언어를 사용하면 방어적인 감정보다 협력적인 대화가 나오기 쉽습니다.
거주 지역의 육아종합지원센터, 아이돌봄 서비스, 지자체의 시간제 보육 등은 워킹맘의 에너지 관리를 돕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아이돌봄’, ‘시간제 보육’, ‘공동육아 나눔터’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1시간 단위로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 주말 프로그램, 부모 교육 프로그램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의 에너지 관리와 현실적인 조정법 💼
워킹맘 만성피로의 상당 부분은 직장에서의 에너지 소모와 직결됩니다. 같은 근무 시간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고, 어떤 기대를 받고,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가지느냐에 따라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남아 있는 에너지의 양이 달라집니다.
특히 2020년 이후 재택과 대면이 혼합된 근무 환경에서는, 퇴근 후에도 메신저 알림이 계속 울리거나, 업무 시간이 흐릿해지는 문제가 늘었습니다. 이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업무 경계 설정과 커뮤니케이션 방식 조정입니다.
- 1. 상사와 ‘핵심 시간대’ 합의하기
예를 들어 “오전 10~12시, 오후 2~4시를 집중 회의·업무 시간으로 두고, 그 외 시간에는 긴급 상황이 아니면 메신저 답변이 늦어질 수 있다”고 미리 합의하는 방식입니다. 2021년부터 이 방식을 도입한 한 팀은, 야간 메시지 빈도가 줄고 구성원 전반의 피로도가 낮아졌다고 공유했습니다. - 2. 보고·소통 채널 정리하기
이메일, 메신저, 회의, 전화 등 소통 채널이 많으면 그만큼 에너지가 분산됩니다. “중요 보고는 이메일, 간단한 소통은 메신저, 긴급은 전화”처럼 기준을 정해두고 팀원들과 공유하면, 같은 일을 더 적은 에너지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 3. 점심시간 전 30분 ‘집중 시간’ 확보하기
오전 업무 중 가장 피로도가 높은 부분은 여러 일을 한꺼번에 처리할 때입니다. 출근 후 30분은 메신저를 끄고, 그날 꼭 끝내야 할 일 1~2가지만 집중해서 처리해보세요. 2022년 한 워킹맘은 이 습관 하나로 야근 횟수를 월 4회에서 1회로 줄였습니다. - 4. 복귀 초기 6개월은 ‘탐색기’라고 마음먹기
육아휴직 복귀 후 6개월은 몸과 마음이 새 환경에 다시 적응하는 시기입니다. 이때는 완벽한 성과를 내기보다, 어느 지점에서 에너지가 빠져나가는지 파악하는 기간으로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2023년 복직한 워킹맘 J씨는 복귀 첫 해에 “성과 100%” 대신 “지속 가능성 70%”를 목표로 설정해 스스로에 대한 압박을 줄였습니다.
재택·하이브리드 근무가 늘어나면서 퇴근과 퇴실의 경계가 흐려졌습니다. 집에 도착하거나, 컴퓨터를 끄는 시간마다 하는 작은 의식을 만들어보세요. 예를 들어 2022년부터 한 워킹맘은 퇴근 후 집 앞 공원을 5분만 걸으며 “오늘 일을 마음속에서 내려놓는 문장”을 속으로 반복했습니다. 이 작은 의식이 집에 들어갈 때 아이에게 더 온전히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야근이 예상되는 주간,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는 시기에는 집에서도 긴장도가 올라갑니다. 이럴 때는 배우자에게 “이번 주는 프로젝트 마감으로 내가 조금 예민할 수 있다”고 미리 알리고, 대신 프로젝트 후에는 “보상 휴식 시간”을 함께 계획해보세요. 2021년부터 이 전략을 사용한 한 가정은 갈등이 생겼을 때 “그때 말하던 그 주구나” 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쉬워졌다고 합니다.
일터에서조차 아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미안해하고, 육아 때문에 자주 빠질까 스스로를 과하게 검열하면 에너지 소모가 더 커집니다. “나는 현재 이런 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만성피로를 줄이는 첫 마음가짐입니다.
재택근무 제도, 시차 출퇴근, 육아 시간 단축 근무, 가족 돌봄 휴가 등은 회사 규정에 이미 들어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인사팀 공지, 사내 인트라넷의 복지·제도 메뉴를 다시 살펴보면, 예상보다 더 다양한 선택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이미 마련되어 있는 권리를 사용하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위험 신호 구분과 병원·지원 제도 활용 팁 🚨
만성피로는 생활 패턴 조정으로 개선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단순 피로를 넘어 의학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특히 워킹맘은 “다 내가 못 버텨서 그렇지”라며 심각한 신호를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내 몸의 위험 신호를 구분하는 일은 아이와 가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단순한 피곤을 넘어선 상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극심한 피로, 휴식 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무기력, 이유 없는 체중 변화, 두근거림·손 떨림, 잦은 감기·염증, 이유 없는 가슴 답답함·불안 등이 반복된다면, 내과·가정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진료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1. 내과·가정의학과에서 확인해볼 부분
갑상선 기능 저하·항진, 빈혈, 비타민 D·철분 부족, 당뇨 전 단계 등은 피로를 심하게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요인입니다. 2020년부터 피로를 호소하던 워킹맘 한 명은 2021년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수치 이상과 빈혈을 함께 발견했고, 치료 후 6개월 만에 피로도가 크게 줄었습니다. - 2.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확인해볼 부분
우울증·불안장애·번아웃 증후군 등은 만성피로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회사 가는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아이에게 짜증낸 뒤 죄책감이 너무 크다”는 감정이 2주 이상 이어진다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 3. 산부인과·여성 전문 클리닉에서 확인할 부분
출산 후 호르몬 변화, 생리 불순, 심한 생리통 등도 에너지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2019년 둘째를 출산한 워킹맘 K씨는 출산 후 2년 동안 계속된 피로와 두통이 호르몬 불균형과 관련 있다는 진단을 받은 뒤,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조정을 병행해 증상이 크게 완화되었습니다.
병원 진료를 준비할 때 지난 4주 동안의 수면 시간, 피로도, 기분 변화를 간단히 적은 노트를 가져가 보세요. 예를 들어 “2024.03.01~03.31 동안 평균 수면 5시간, 오후 3~5시 피로 8점, 주 3회 이상 두통”처럼 기록하면, 의료진이 원인을 파악하고 필요한 검사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진료실에서 갑자기 증상을 설명하려면 막막할 수 있습니다. “워킹맘이고, 2022년 복직 이후 2년째 이런 증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포함해, “언제부터, 얼마나 자주, 얼마나 심하게” 힘든지 한 문단 정도로 미리 적어가면 좋습니다. 이렇게 준비한 문장은 의료진에게도, 혹은 배우자와 대화할 때도 큰 도움이 됩니다.
지자체마다 워킹맘·워킹대디를 위한 상담 프로그램, 심리 치유 프로그램, 육아 상담, 아이돌봄 바우처 등을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거주지 주민센터, 시·도 홈페이지의 복지·돌봄 메뉴를 천천히 살펴보면서, 나에게 맞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비용 지원이 되는 심리 상담, 부모 교육, 부부 교육 등도 피로를 장기적으로 줄이는 데 큰 힘이 됩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때는 가능한 한 빨리 전문 진료를 권장합니다.
- 3개월 이상 이유 없이 지속되는 극심한 피로와 무기력
- 밤에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고, 아침에 깨도 전혀 상쾌하지 않은 상태가 2주 이상 이어질 때
- 식욕이 크게 줄거나, 반대로 폭식이 반복되며 체중이 5% 이상 변할 때
- 가슴 두근거림, 손 떨림, 숨 가쁨 등 신체 증상이 자주 나타날 때
- “사라지고 싶다”,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자주 들 때
이런 신호는 모두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보내는 긴급 도움 요청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 마무리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은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수십 번의 선택과 책임을 감당하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만성피로가 찾아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피로가 ‘당연한 것’이 되는 순간, 나를 돌보는 일은 가장 마지막 순서로 밀려나고, 삶의 기쁨은 점점 흐려지기 쉽습니다.
오늘 살펴본 것처럼, 워킹맘의 만성피로는 수면 부족, 시간의 쪼개짐, 돌봄·가사 불균형, 직무 스트레스, 정서 노동, 자기 돌봄 시간의 부재 등 여러 요인이 겹쳐진 결과입니다. 그리고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디에서 가장 많이 지치고 있는지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수면 30분 늘리기, 점심 15분 걷기, 주 1시간 나만의 시간 만들기처럼 작은 실험을 4주만 이어가도 몸과 마음은 분명 다른 반응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기억했으면 하는 점은,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전 세계 수많은 워킹맘이 비슷한 피로와 불안을 겪고 있고, 그중 많은 이들이 조금씩 자신의 리듬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 마음에 남는 문장·전략이 단 한 가지라도 있다면, 이번 달의 작은 실험으로 가져가 보세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반복해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나와 아이의 하루를 한 걸음씩 더 부드럽게 만드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충분히 대단한 여정이니까요.
당신의 에너지와 마음이 조금 더 가벼운 내일을 향해 나아가길, 오늘도 묵묵히 버텨낸 당신의 하루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